포지셔닝이란 무엇인가?
아파트 문 앞에 요즘 자주 붙어 있는 전단지가 있다. 한 입시학원 전단지다. 며칠을 그냥 휴지통에 버렸는데, 하루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붙어 있길래 오늘은 전단지를 떼어서 읽어 봤다. 맨 위에 '명문대 입시전문○○○수학학원'이라 쓰여 있다. 대학마다 입시시험을 다르게 보면 모르겠지만, 모든 수험생이 동일한 시험을 보는데 명문대학입시전문 학원이 라니. 일견 이 광고가 모순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또는 미래의 수험생 부모 입장에서는 이 학원이 마치 내 자식을 명문대에 합격시켜줄 만한 실력 있는 학원 을로 마음속에 자리 잡았을 수 있다.
이게 바로 포지셔닝이다.
미국의 마케팅 전문가였던 잭 트라우트(Jack Trout)와 앨 리스(Al Ries)는 포지셔닝(positioning)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포지셔닝은 소비자의 마음 또는 인식에서 경쟁 브랜드에 비해 특정 브랜드가 차지하고있는 위치를 강화하거나 변화시키는 전략이다. 과거에는 마케팅이나 광고를 기업의 입장에서 보았다. 적절한 제품을 만들고 이를 광고를 통해 소비자를 설득하면 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가정한 것이다. 그러나 포지셔닝은 이러한 관점의 전환을 요구한다. 즉 기업이 아무리 자신의 제품이 나 브랜드를 이러이러하다고 강조해도 소비자가 그것을 다르게 인식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가령 우리 브랜드가 세계 최고라고 광고에서 이야기해도 소비자가 '싸구려'라고 인식해 버리면 그것은 저가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제품이나 브랜드 자체를 자신의 의도대로 기획, 생산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되며, 그것이 소비자의 마음이나 인식에 어떻게 자리 잡아야 하는가를 계획해야 한다. 현대처럼 커뮤니케이션 과잉 시대에 성공하려면 기업은 소비자의 마인드에 하나의 포지션, 즉 기업과 브랜드의 강점과 약점은 물론, 경쟁 기업과 경쟁 브랜드의 강점과 약점까지도 염두에 둔 포지션을 창조해야 한다. 그리고 메시지를 극도로 단순화해야 한다. 소비자 마인드에 파고들기 위해서는 애매하거나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하고 메시지를 정교화해야 한다. 그래야 메시지가 소비자 기억에 남을 수 있다. 다음으로 이러한 메시지가 광고, PR, 입소문(word-of-mouth), 그리고 소비자의 사용경험 등을 통해 오랜 시간에걸쳐 전달되어야 소비자 마음에 특정 브랜드의 이미지가 형성된다
따라서 성공적인 포지셔닝을 위한 요건으로는 경쟁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우리 브랜드만의 독특한 포지션을 위한 차별화(differentiation), 그리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일관성(consistency)이 필요하다. 아무리 차별화가 잘 된 메시지라도 지속적으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소비자는 그 브랜드의 차별된 포지션을 마음에 형성하지 않을 것이다.
포지셔닝의 유형
한 브랜드의 포지셔닝이란 소비자가 브랜드에 대해서 갖고 있는 일련의 연상들이다.이러한 연상에는 제품의 물리적 특징, 소비자 편익, 가격과 품질, 사용자, 제품 범주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첫째, 제품 특징 포지셔닝은 기업이 제품의어떤 속성 또는 특징을 포지셔닝하는 것이다. 가령 한 호텔은 그 도시에서 가장 높은 호텔이라고 말하며, 어떤 맥주 회사는 자신이 가장 오래된 맥주 업체라고 내세운다.
둘째, 소비자 편익(benefit) 포지셔닝은 제품이 소비자에게 주는 혜택을 약속하는것이다. 예를 들어 락앤락은 식료품을 사용하고 난 후에도 처음과 같이 싱싱하게 보관해 준다는 편익을 약속한다.
셋째, 가격과 품질 포지셔닝은 제품을 일 한 가격 수준과 품질로 위상을 정립 하는 것이다. 샤넬(Chanel) No. 5 향수는 매우 높은 품질과 높은 가격으로 포지셔닝한다. 프랑스제품 에르메스(Hermes)와 루이뷔통(Louisvuitton)은 할인도 하지 않는 명품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반면 최근에 많이 생긴 저가 항공사들은 최저가라는 가격 포지셔닝을 하고 있다.
넷째, 사용자 포지셔닝은 제품을 특정 계층의 사용자 집단에 연결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동일 부류의 사용자들에게 제품의 이용을 권장한다. 예컨대 초기에 애플(Apple) 컴퓨터는 그래픽 디자이너 같은 전문가들의 컴퓨터라고 포지셔닝 해 그래픽 작업을 전문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그래픽 전문 컴퓨터라는 인식을 심어 주었다.
다섯째, 제품 범주 포지셔닝은 기업이 자사나 자사 브랜드를 해당 제품 범주의 선도자(leader)라고 주장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것이다. 코크(Coke)는 하나의 브랜드라기보다 콜라를 의미하며, 제록스(Xerox)는 복사기를, IBM은 컴퓨터를 의미한다. 제품 범주 포지셔닝은 최초의 브랜드가 주로 사용한다.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최초(first)를 최고(최고)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포지셔닝의 사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가장 대표적인 포지셔닝 전략의 사례로 언급되는 것이 바로 에이비스(Avis) 렌트카의 'No. 2 캠페인'이다. 에이비스는 캠페인 당시 미국 렌터카 시장에서 1위인 허츠(Hertz)에 이어 내셔널 포지셔닝이란 무엇인가(National)과 함께 2위를 다투고 있었다. 이때 DDB에서 집행한 캠페인의 슬로건"We're only No. 2. So we try harder(우리는 2등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 노력하니다)"였다. 대부분의 광고들은 자사 브랜드가 최고라고 이야기한다. 그 불문율을 깨고 에이비스는 자신이 최고가 아니라 이야기했다. 그러나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1등이 아니기 때문에, 더 노력을 하니다. 1등이 제공하지 않는 사소한 부분 도우리는 다 제공합니다"라고 자신을 어필했다. 이 캠페인 이후 에이비스는 1위를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내셔널을 따돌리고 2위로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했다. 그리고 아마도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에이비스는 '더 열심히 하는 기업'으로 포지셔닝되었을 것이다.
미국의 탄산음료 브랜드인 세븐업(7Up)은1967년 'Uncola 캠페인'을 통해 효과적인 포지셔닝 전략을 수행했다. 당시 미국 소비자들은 세븐업을 좋아하긴 했지만, 세븐업의 시장점유율은 매우 낮았다. 조사 결과소비자들은 세븐업과 같은 라임 소다와 콜라를 구분하지 않고 그냥 하나의 탄산음료로 여기고 있었다. 이에 세븐업은 우리는 콜라가 아니라는 캠페인('세븐업은 콜라와 달리 카페인이 없는 Uncola')을 전개했고, 그 결과 소비자들은 탄산음료 시장을 콜라 시장과 비(非) 콜라 시장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세븐업은 콜라가 아닌 탄산음료 중 대표 브랜드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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